학폭 조치와 생활기록부 — 남는 기록과 지워지는 시점
학교폭력 사건에서 학부모님들의 걱정은 처분 그 자체보다 기록에 쏠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활기록부에 남는지, 남으면 입시까지 따라오는지가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인데, 실제 기준은 생각보다 세밀하게 나뉘어 있어서 구조를 알아 두시면 불필요한 공포도, 안이한 방심도 줄일 수 있습니다.
출발점은 조치의 단계입니다. 심의위원회를 거쳐 가해학생에게 내려지는 조치는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같은 가장 가벼운 단계부터 전학과 퇴학까지 아홉 단계로 나뉘고, 여러 조치가 함께 부과되기도 합니다. 이 가운데 가장 가벼운 세 단계는 곧바로 생활기록부에 적히지 않습니다.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거나, 같은 학교급에 다니는 동안 다른 학교폭력 사건으로 다시 조치를 받은 경우에만 적히도록 법이 한정하고 있습니다. 뒤집어 보면 성실한 이행과 재발 방지가 곧 기록을 막는 길이고, 가볍다는 이유로 이행을 미루는 것이 기록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뜻입니다.
기재된 기록이 지워지는 시점은 조치마다 다릅니다. 가장 가벼운 세 단계는 적혔더라도 졸업과 동시에 지워지지만, 사회봉사와 특별교육 단계는 졸업한 날부터 2년, 출석정지·학급교체·전학 단계는 졸업한 날부터 4년이 지나야 지워지며, 퇴학은 삭제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중간 단계의 조치들은 졸업 직전에 학교 전담기구의 심의를 거쳐 졸업과 동시에 지울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는데, 전학 조치는 그 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점을 많은 분들이 놓치십니다. 결국 조치의 한 단계 차이가 기록이 따라오는 시간의 차이로 이어집니다.
조치에 다툴 점이 있다면 행정심판 등 불복 절차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다만 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부터 90일이라는 기한이 있고, 불복을 제기했다고 해서 조치의 효력이 저절로 멈추는 것도 아니어서 되돌리기 어려운 조치라면 효력을 멈추는 신청까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순서가 중요합니다. 기록은 조치의 결과를 따라오는 것이므로, 사실관계 정리와 심의 단계의 대응이 먼저이고 기록 관리는 그다음입니다. 자녀가 사건의 당사자가 되었다는 통보를 받으셨다면, 기한이 지나기 전에 전체 절차의 그림을 잡는 것부터 시작하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상담을 통해 사안에 맞는 판단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사무소 조예 변호사 이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