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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상표 선점을 당했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송금이 아닙니다

3분 분량 조회 2 장지희
상표 선점을 당했을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송금이 아닙니다

장사가 자리를 잡을 무렵 도착하는 서류가 있습니다. 몇 년째 걸어 온 간판의 이름이 자신의 등록상표이니 사용을 멈추고 합의금을 지급하라는 내용증명입니다. 그런데 정작 보낸 사람은 그 이름으로 장사를 해 본 적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눈에 띄는 상호를 미리 등록해 두었다가 가게가 유명해지기를 기다려 돈을 요구하는, 이른바 상표 선점 사안입니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우리 상표 제도가 먼저 쓴 사람이 아니라 먼저 출원한 사람에게 권리를 주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오래 써 온 이름이라도 등록이 없으면 등록부에는 흔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법이 선점꾼의 편은 아닙니다. 상표법에는 이런 등록을 걸러 내는 장치가 겹겹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상대방의 출원이 아직 심사 단계라면 등록 자체를 막을 길이 열려 있습니다. 누구든지 그 출원이 등록될 수 없는 사정을 증거와 함께 제출할 수 있고, 출원공고 후 일정 기간 안에는 이의신청도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등록을 마쳤더라도 끝이 아닙니다. 남의 이름이 얻은 신용을 부정한 목적으로 가로챈 등록은 무효심판의 대상이 되고, 등록만 해 두고 3년 넘게 쓰지 않은 상표는 취소심판으로 지울 수 있습니다. 장사를 하지 않는 선점꾼일수록 이 두 번째 길 앞에서 약해집니다.

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남의 출원 전부터 정직하게 써 와서 수요자에게 알려진 이름이라면 하던 사용을 이어갈 수 있는 장치가 있고, 자기 상호를 관행대로 쓰는 것에는 등록상표의 힘이 미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이 방패는 증거로 만들어집니다. 사업자등록, 간판과 매장 사진, 영수증, 언론 보도처럼 사용 시점이 드러나는 자료를 시간 순서대로 모아 두시는 것이 먼저입니다.

반대로 가장 위험한 대응은 놀란 마음에 잘못을 인정하는 답장을 보내거나 서둘러 돈부터 보내는 것입니다. 그 한 통이 이후 모든 절차에서 상대방의 근거가 됩니다. 경고장은 무시할 문서도, 즉시 따를 문서도 아니라, 확인을 마친 뒤에 답할 문서입니다.

아직 아무 일도 겪지 않으신 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하나입니다. 지금 쓰고 계신 상호와 브랜드를 본인 명의로 출원해 두시는 것이, 위의 모든 절차를 통틀어 가장 저렴한 보험입니다. 경고장을 받으셨거나 선점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답장을 쓰시기 전에 상담을 받아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법률사무소 조예 변호사 이재원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상담을 통해 확인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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