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권 침해 경고장, 첫 답장이 협상의 방향을 정합니다
내용증명 한 통을 받아 든 셀러분들이 가장 많이 하시는 첫 행동은, 놀란 마음에 상대방에게 사과와 함께 합의 의사를 밝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첫 답장이 이후 협상에서 침해를 인정한 자료로 활용되는 경우를 실무에서 자주 봅니다. 경고장은 법원의 판단이 아니라 상대방의 주장을 담은 문서이므로, 그 내용이 법적으로 전부 인정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먼저 상대방이 내세우는 권리의 실체를 확인하셔야 합니다. 경고장에 적힌 등록번호를 특허청의 무료 검색 서비스인 키프리스에 넣어 보면, 그 상표가 실제로 등록되어 있는지, 지정상품이 내가 파는 물건과 겹치는지를 몇 분 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원만 해 둔 단계에서 등록권리자처럼 요구하는 사례도 있으므로 이 단계를 건너뛰면 안 됩니다.
다음으로 내 판매 방식이 상표법이 정한 침해 유형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봅니다. 상표법 제108조는 등록상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표장을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행위를 침해로 규정하는데, 검색 태그나 비교 설명처럼 판단이 갈리는 경계 영역이 실제로 존재합니다. 특히 해외에서 정품을 적법하게 구입해 국내에서 판매하는 병행수입에 관하여, 대법원은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상표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왔습니다(대법원 2002. 9. 24. 선고 99다42322 판결).
반대로 가품이 문제되는 사안이라면 무게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상표법 제230조는 침해죄에 대하여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정하고 있어, 이때의 성급한 사과 답장은 형사 절차에서 불리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권리의 유효성, 사용 형태, 상품의 진정성이라는 세 가지를 확인한 뒤에 답변의 수위와 방향을 정하는 것이 안전한 순서입니다.
경고장을 받고 답변 기한 때문에 마음이 급해지셨다면, 회신을 보내시기 전에 한 번 상담을 받아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저희 사무소는 상표 등록 단계부터 침해 분쟁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초기 대응 방향을 함께 정리해 드리고 있습니다.
법률사무소 조예 변호사 이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