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가 끊겼을 때 — 포기하기 전에 확인할 것들
이혼 절차가 끝나면 법의 일도 끝났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양육자에게는 그때부터 더 긴 과제가 남기도 합니다. 매달 들어와야 할 양육비가 어느 달부터 들어오지 않는 것입니다. 독촉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몇 달을 그냥 흘려보내다가 뒤늦게 상담실을 찾는 분들을 자주 만납니다.
먼저 기억해 두실 점이 있습니다. 양육비는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돈이기에, 법은 그 지급을 당사자 사이의 약속에만 맡겨 두지 않았습니다. 받는 쪽이 혼자 소송을 되풀이하지 않아도 되도록 여러 장치가 겹겹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출발점은 지금 손에 어떤 서류가 있는지입니다. 재판을 거친 판결이나 심판, 조정 관련 서류만이 아니라, 협의이혼 과정에서 법원이 작성하는 양육비부담조서도 이행을 요구하는 근거가 됩니다. 재판 없이 헤어진 분들도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문서 없이 말로만 정해 둔 양육비라면 금액을 정하는 절차를 먼저 거쳐야 하므로, 가야 할 길 자체가 달라집니다.
근거 서류가 있다면 상대방의 사정에 맞는 수단을 고르게 됩니다. 상대방이 직장에서 급여를 받고 있다면, 회사가 월급에서 양육비를 공제해 양육자에게 바로 보내도록 하는 명령을 법원에 구하는 길이 있습니다. 급여 소득이 잡히지 않는 상대방이라면 담보를 세우게 하거나 밀린 양육비를 한꺼번에 지급하라고 명하는 길, 법원이 이행을 직접 명하고 따르지 않으면 과태료나 감치 같은 제재로 이어지는 길을 검토합니다. 그 뒤로도 운전면허 정지, 출국금지, 명단 공개, 나아가 형사처벌까지 제재의 수위는 계속 올라갑니다. 다만 이 제재들은 지급이 끊겼다고 곧바로 붙는 것이 아니라, 앞 단계의 절차를 밟아 요건을 갖추어야 비로소 열립니다. 그래서 양육비 사건은 무엇을 쓰느냐 못지않게 어떤 순서로 쌓아 가느냐가 중요합니다. 이 절차들을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상담과 신청의 법률지원을 맡는 전담 기관인 양육비이행관리원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한 가지는 꼭 당부드립니다. 양육비가 끊겼다는 이유로 아이와 상대방의 만남을 임의로 막으면, 이번에는 내 쪽의 의무 위반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두 제도는 별개로 움직입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소득 형태와 재산, 가지고 있는 서류의 종류, 밀린 기간과 경위에 따라 유리한 수단과 순서는 사안마다 달라집니다. 양육비 입금이 끊겨 고민 중이시라면, 서류를 꺼내 들고 상담으로 내 사안에 맞는 길부터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사무소 조예 변호사 이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