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 연락을 받았을 때 — 날짜보다 먼저 확인할 것들
휴대전화에 모르는 번호가 뜨고, 경찰서라는 말과 함께 조사 이야기가 나오면 누구라도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그 순간 대부분은 날짜부터 받아 적게 되는데, 사실 먼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전화기 너머의 상대에게 묻는 일입니다. 무슨 사건으로 부르는 것인지, 그리고 나를 혐의를 받는 당사자로 부르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사건에 관해 아는 내용을 들으려는 것인지입니다. 피의자인지 참고인인지에 따라 그 뒤의 모든 선택이 달라지는데, 이 질문을 빠뜨린 채 통화를 끝내는 분이 의외로 많습니다. 수사관의 소속과 성명, 사건의 이름도 함께 메모해 두시면 이후 변호인과 상의할 때 출발점이 됩니다.
누군가의 고소로 시작된 사건이라면, 상대방이 어떤 주장을 적어 냈는지 확인할 길이 열려 있습니다. 정보공개청구 제도를 이용하면 고소장의 열람이나 복사를 구할 수 있고, 수사 중인 내용이 담긴 부분은 가려진 채 나올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다툼의 윤곽을 미리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출석 날짜 역시 일방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어서, 생업이나 준비 사정을 들어 수사기관과 조율하는 것이 실무상 가능합니다. 다만 연락 자체를 끊어 버리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를 만들 수 있으므로 피하셔야 합니다.
조사실에는 법이 보장하는 장치들이 있습니다.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는 질문 하나하나에 대해서도 행사할 수 있고, 진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습니다. 변호인을 조사에 참여시켜 달라고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조사가 끝나면 작성된 조서를 확인하면서 실제 말한 내용과 다르게 적힌 부분의 수정을 요구하고 이의를 남길 수 있는데, 서명 전의 이 확인이 조사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이 문서는 이후 절차에서 거듭 다시 읽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글은 스스로 출석해 조사받는 경우를 전제로 한 기본 안내입니다. 체포나 구속이 문제되는 사안, 압수수색이 함께 이루어지는 사안, 참고인으로 갔다가 신분이 바뀌는 경우, 형사 절차의 결과가 체류자격에 닿는 외국인의 사안처럼 변수가 있으면 대응의 순서와 내용이 달라집니다. 경찰의 연락을 받으셨다면 혼자 결론을 내리시기 전에, 상담을 통해 사안에 맞는 길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률사무소 조예 변호사 이재원